르네상스가 열리기까지, 메디치가문의 성장이야기

 산드로 보티첼리의 초상화 

2021년 뉴욕 경매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의 희귀 초상화가 약 1031억 원 (9218만 달러)에 낙찰되었는데요. 이탈리아 화가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이라고도 하죠. 

보티첼리 '원형 메달을 든 청년'

1480년대 전후로 추정되는 위 초상화에는 원형 메달을 들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 주인공은 이태리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한 명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보티첼리는 바로 이 메디치 가문의 후원 덕분에 '비너스의 탄생',  '봄의 귀환',  '마르스와 비너스'와 같은 수많은 역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하죠. 그럼 지금부터 메디치는 누구인지 어떠한 존재였는지 메디치가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역사, 업적 

 

사실, 메디치 가문의 시작에 대한 정확한 역사는 알려진 게 없다고 하지만, 가문의 조상이 의약업과 관련 있을 수도 있다는 설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디치(Medici)는 이탈리아어로 의사 또는 약사를 의미하는 메디코(Medico)의 복수형이기 때문이죠. 메디치 가문은 원래 이탈리아 북쪽에 거주했었는데 12c 쯤 피렌체로 이주했고, 평범한 중산층이었어요.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15세기부터였죠. 당시 가문의 수장이던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는 삼촌 '비에리'로부터 1393년 은행을 인수받아 메디치 은행을 개업했고, 뛰어난 사업 수완을 보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1421년에는 도시 최고 통치자인 '곤팔로니에레'에 선출되어 평민을 대변해 귀족들에게 맞섰다고 합니다. 1426년에는 더 많은 재산을 가진 귀족한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카타스토'라고 불리는 세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또한 조반니는 자비로 유럽최초의 고아원인 '오스페달레 델리 인노첸티'를 만들었을 정도로 모범적인 행동들로 피렌체의 명문 가문으로 불리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유럽 최고의 은행이 되었나? 

메디치 가문은 교황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어요. 1414년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가 교황 요한 3세를 폐위시키고 체포했는데, 조반니가 보석금을 지불해 3년간 감옥에 있던 요한 3세를 석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피렌체에서 머물 곳과 생활비도 지원했다고 해요. 직위에서 물러난 교황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모습에 유럽의 왕가와 귀족들은 메디치 가문에 예금과 비자금을 맡기기 시작했고, 심지어 새로운 교황도 메디치 가문을 신뢰하여 메디치 은행은 교황청의 주거래 은행이 되었죠. 

메디치은행은 큰 부를 쌓아가며 15세기 유럽 최고의 은행이 되었습니다. 사실 메디치 가문은 은행뿐만 아니라 모직물 교역 등 상업을 통해서도 많은 돈을 벌었는데, 가문의 최고 전성기 시절 때 자산은 현재 가치로 140조 원이 넘었다고 해요.

 

 메디치 가문 = 15~17c이탈리아 최고 명문가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정치적 영향력 또한 컸던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다수의 예술가들을 후원한 명문가로도 불리는데요. 메디치 가문의 막대한 부를 예술과 학문 지원에 아낌없이 지원했다고 해요. 유럽에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피렌체 시 의회는 신께 바칠 선물로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을 제작하기로 했는데, 조반니가 제작자를 선발하고 계약을 맺는 일을 맡게 되었어요. 조반니는 전 세계 예술가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열었고 로렌초 기베르티를 선정했어요. 그 이후로도 조반니는 많은 예술가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후손들도 예술 진흥과 학문 부흥에 앞장서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갔죠. 정치적으로나 학문, 예술적으로나 막대한 영향력을 지녔던 메디치 가문은 안타깝게도 1743년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디치'가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나면서 직계가 끊기고 말았고, 가문의 재산과 예술품은 모두 피렌체에 기증되었다고 합니다. 

 

 메디치효과 (Medici Effect)

위에서 살펴본 스토리처럼 메디치가문은 철학, 과학, 문화 등 학문과 예술 분야의 전문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모인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이 소통하면서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프란스 요한슨' 작가가 2004년 저서에서 '메디치 효과' 개념을 처음 소개했는데요.

서로 다른 분야의 요소들이 결합할 때 각각의 요소들이 갖는 에너지 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1+1이 단순히 2가 아닌 2 보다 더 큰 효과를 만들어 내는 개념을 뜻합니다. 서로 다른 필드의 지식이 만나 혁신을 일으킨다는 것이 이 메디치 효과의 핵심이라 할 수 있죠.